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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쥐의 서울구경

시골쥐의 서울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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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방정환 선생님의 동화전집 시골지에 서울 구경 시골에만 계속 살아오던 시골지가 살아생전에 서울이라도 한번 구경을 해야겠다고 크게 결심하고는 서울 구경을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처음 길이라 허둥지둥하면서 화물차를 두세번이나 갈아타고 간신히 서울까지 왔습니다. 직행차를 타게 되면 빨리 갈 수 있다는 소리도 들었으나 화물차를 탄 것은 화물차에는 먹을 것도 많고 무엇보다 무시무시한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차가 한강철교를 지날 때는 어찌나 소리가 크게 나는지 어지러워서 내려다보지도 못하고 왔습니다마는 기차가 서울까지 다 왔다는 말을 들을 때에는 그야말로 기쁜 것 같기도 하고 시원한 것 같기도 하면서도 가슴이 울렁울렁하기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골지는 정차 중인 어떤 곳에 몰래 올라타고 내렸는데 그것은 커다란 대문이 있는 남대문이었습니다. 이제 어디로 가야나 하고 망설이고 있노라니까 여보 여보시오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까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지만 자기와 같은 지인고로 할아버지라도 만난 듯 기뻐서 처음 뵙습니다만 길을 좀 알려주세요. 시골에서만 살다가 서울을 처음 올라와서 그렇습니다. 하며 애걸하듯이 물었습니다. 글쎄 처음부터 당신이 시골에서 처음 온 양반인 줄 짐작했습니다. 서울 구경하러 올라오셨구려. 네. 죽기 전에 한 번 서울 구경을 해보려고 별우고 별로서 간신히 오긴 왔지만 와보니 하도 어마어마해요. 어디가 남쪽인지 어디가 북쪽인지 분간을 못하겠습니다. 그려. 우선 여관이라도 정해야 하겠는데 어느 여관이 좋은지 알 수가 있어야지요. 무엇보다 우선 그놈의 고양이가 없는 여관이래야 하지 않겠어요? 그럼 여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나하고 우리 집으로 갑시다 그려. 그럼 돈도 들지 않고 고양이도 감히 오지 못하는 집이니까요. 빙 돌아가면 새로 된 양옥집이니까요. 네. 양옥집이야요. 훌륭한 집에 계십니다. 그려. 서울 왔다고 양옥집 구경도 할 겸 그럼 댁에 가서 폐를 끼칠까요? 폐라니요. 폐는 무슨 폐예요. 그럼 나를 따라오세요. 까딱하면 길을 잃어버립니다. 시골지는 이제야 마음을 놓고 서울지에 뒤를 따라다녔습니다. 저기 소리를 뿡뿡 지르면서 달아나는 것이 바로 자동차라는 것이랍니다. 다리 부러진 사람이나 앉은 뱅이나 그렇지 않으면 중병든 사람이 타고 다니는 것이지요. 저기 잉잉 울면서 집체만한 것이 달아나는 것은 전차라는 것입니다. 늙은이나 어린애 혹은 임신한 여자들이 타고 다니는 것이지요. 돈 5점만 내면 10년이나 되는 데까지 태워다주는 것이지요. 우리도 저걸 타고 가면 좋으련만 우리가 타면 곧 밟혀 죽을 테니까 못하는 거지요. 구경삼아 걸어가는 것이 좋습니다요. 그런데 지금 어디 불이라도 났습니까? 왜 사람들이 저렇게 황급히 뛰어갑니까? 애플은 무슨 물이야요. 서울 사람들은 은에 걸음걸이가 그렇지요. 서울 사는 사람이 그렇게 시골처럼 담배나 피워물고 한가위 지내서야 살 수 있겠습니까? 굶어 죽지요. 저렇게 바쁘게 굴어도 돈벌이를 못하는 때가 많으니까요. 그리고 우선 전차, 마차, 자동차, 자전거 저렇게 총알같이 왔다갔다 하는데 시골처럼 한가위 굴다가는 당장에 치여 죽을 것 아닙니까? 일단은 그렇겠는걸요.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핑핑 도는 것 같은걸요. 저기 저것이 바로 남대문이랍니다. 굉장히 큰걸요. 문 위에 올라가면 어떻게나 넓은지 우리들에게는 연병장 벌판만 하여 좋지만 먹을 것이 없어요. 그래서 텅 비어 있어요. 시골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울지를 따라 한참이나 갔습니다. 자, 다 왔습니다. 저기 새빨간 양옥집이 보이지 않습니까? 저 집이야요. 하니까 정말로 새빨간 칠을 한 우죽한 높은 집이 높다랗게 서 있었습니다. 참 훌륭한 댁입니다. 아주 새빨갛습니다. 저 위에 노랗게 달린 것은 들창인가요? 네, 그것이 들창으로도 쓰고 드나드는 대문으로도 쓰는 것입니다. 저렇게 높고 좁은 문으로 드나드니까 고양이가 올 염려가 조금 더 없습니다. 오, 따는지 정말 그렇겠는데요. 자, 미끄러지지 않도록 속히 기어올라오십시오. 내가 먼저 기어올라갈 테이니 곧 따라 올라오세요. 하며 서울지가 저리로 기어올라가서 노란새문에 덮인 구멍으로 쏙 들어갔습니다. 시골지도 기어올라가는 것을 원래 잘 아는지라 곧 뒤따라서 기어올라가 뛰어들어갔습니다. 어떻습니까? 넓지요? 무엇보다 마음이 놓이는 것은 고양이 걱정이 없지요. 이 속에 이렇게 들어앉아있으면 아주 천하태폐입니다. 자, 좀 편히 쉬십시오. 서울지는 아주 친절하게 울면서 열심히 대접을 하니 시골지는 도리어 미안한 마음을 느끼게 할 만큼 고맙고 다행이라 여겼습니다. 시골서는 구경도 못하던 청유리 찌꺼기와 양과자 부스러기 같은 음식을 많이 내어놓아서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시골지의 머리 위에 무언지 뚝 떨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서 보니까 우펴닥기가 붙은 봉투였습니다. 시골지가 깜짝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으니까 서울지가 깔깔 웃으면서 에이 뭐 그렇게 놀라실 것은 없습니다. 편지가 자꾸 들어와도 아무 염려 없어요. 있다가 잘 때 깔고 덮고 자라고 생기는 것이랍니다. 잠시 후에도 밤이 깊어갈수록 춥지 말라고 자꾸자꾸 그런 것이 생겨서 두둑하게 덮어줍니다. 하고 지금 떨어진 그 편지 봉투를 깔고 앉으라고 시골지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먹을 것이 없으니까 풀칠이 많이 된 봉투를 뜯어 먹기도 하지요. 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신문지를 착착 접어서 묶은 것이 떨어졌습니다. 이번 편지는 꽤 큽니다 그려 하고 시골지는 서울지를 보고 말하였습니다. 아니요 이건 편지가 아니라 신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생기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이 속에 모두 찍혀납니다. 어 무엇이 낫는가 좀 읽어볼까 하며 그 신문을 펴가지고 들여다보니 에이 속상하는군 흑사병이 유행하니까 우리들은 모두 잡아 죽여야 한다고 아주 크게 나왔는데 어휴 그럼 큰일났구려 공연이 올라왔구려 맞아 죽으면 어찌하나요? 아니요 그렇지만 이 집 속에 있으면 겁날 것이 없습니다. 아무 염려 말고 계십시오. 시골지는 간신히 마음을 놓고 편지를 깔고 신문지를 이불로 덮고 들어 누워서 피곤한 판에 곤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에이 시골손님이 잠자는 동안에 나는 나가서 먹을 양식을 얻어 가지고 와야겠다. 서울지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 밤이 차차 밝아올 때였습니다. 떼그럭 떼그럭 하고 머리맡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거로 시골지는 신문지 이불 속에서 눈이 떠져 흠칫하였습니다. 큰일이 났지요. 아 글쎄 별안간 머리맡에 있는 누런 문이 밖에서 열리면서 커다란 손이 쑥 들어오더니 거기 있는 편지고 엽서고 신문지고 모두 씹쓸어가지고 문턱에서 굉장히 커다란 가방 속에 몰아넣었습니다. 신문지 밑에 웅거리고 있던 시골지도 그 통에 그만 씹쓸려서 가방으로 들어가고 째깍하고 가방 문이 잠겨 버렸습니다. 어찌 된 영문을 모르는 시골지는 이렇게 가방 속에 갇혀서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되는지 겁도 나고 갑갑하기도 하여 입으로 사각사각 가방 가죽을 뜯어내서 구멍을 뚫어놓고 그리로 얼굴을 쑥 내밀고 밖에 형태를 살펴보았습니다. 자기가 갇혀있는 누런 가방은 어떤 누런 모자를 쓴 누런 잠바를 입은 어떤 사람의 어깨에 메어져서 지금 어디론가 자꾸만 가는 중이었습니다. 아직도 이른 새벽인 것만 서울남대문 안은 퍽! 복잡하였습니다. 전차가 윙윙 소리를 내고 달리는가 하면 인력거가 이길 저길로 곤두박질하듯 바쁘게 굴러다니고 자전거가 따르릉 따르릉 하고 달아나고 마차 끄는 말까지 아무 일 없는 강아지까지 급히 뛰어다니고 하였습니다. 대체 서울이란 것이 굉장히 좋기는 하지만 너무도 바쁘게 다니는 곳이로군. 하고 생각할 때에 어느덧 자기를 메고 가는 누런 옷을 입은 아저씨는 어느 커다란 큰 벽돌집 뒷문으로 쑥 들어갔습니다. 큰 벽돌집으로 들어간 아저씨는 마치 쓰레기통이라도 비우듯 가방에 담아가지고 온 편지를 커다란 통에 쏟았습니다. 그리고는 놀래서 큰 소리를 쳤습니다. 하고 소리를 지르니까 십여명이나 되는 사무원들이 화들짝 놀라면서 어디 어디야 어디 어디야 하고 소동을 부리며 여기저기를 휘저으며 쥐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시골지는 재빨리 구석진 곳으로 쏜살같이 달아나서 작은 틈새로 들어가고 마루 밑으로 숨을 수 있었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시골지는 어후 서울은 너무 무섭다. 서울은 너무 무서운 곳이다. 서울지들은 친절하지만 양옥집도 무섭고 흑사병도 무섭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바퀴들도 무섭고 사람들도 무섭다. 에이 가방 구멍으로 내다보았으니 서울 구경도 많이 했어. 어서 빨리 달아나서 다시 내가 태어나서 살던 시골로 되돌아가야겠다. 난 이런 무서운 곳에서 더이상 살 수가 없어. 하고 주걸가리면서 곧바로 시골로 내려가 버렸다 하는 이야기 올숩니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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